머리도 시킬 겸 집사람이 선정해준 책입니다.
최근 핫하다고 해서 보았는데,
하루 만에 다 읽을 정도로 현대판 미생 맞는 듯하네요.
어젠가 아들이 시험 2~3일 남겨두고 공부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주었더니, 받아들이네요.
보통은
"어쩔 TV..."로 응수하는데...
둘 다 조금은 힘든 때인 게 공통적으로 교감되었나 봅니다.
아들이 제게
"아빠는 기승전결 이 있어야 하는데... 기승.. 승~~ 하다가 뒤에 대안이 없을 때가 많다고..."
조언을 합니다.
"게임도 빌드업이 되어야 하는데, 아빠는 너무 내가 낸데라는 것들이 강해서 맞다고 생각하는 것도
욕먹기 딱 좋은 스타일이야... 천천히 자료를 모으고, 내편도 만들고 힘도 길러서
싸워야 하는데..."
보통 땐 안 들리던 소리가 왜 이리 맞는 소리던지...
그러던 차에 김 부장 이야기는
또 다른 모습의 저의 이야기였습니다.
김 부장은 모 대기업에 25년째 근무 중이다.
동갑내기 아내와 서울에서 자가로 살고 있으며
아들도 제법 커서 대학생이다.
연봉은 1억 정도 되며 실수령액은 650~700만 원 정도 된다.
가끔 보너스도 나온다.
주식도 1천만 원 정도 투자하고 있다.
10년째 하고 있지만 크게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
옆팀 최부장이 들고 다니는 브랜드를 찾아보니 가격이
200만 원이 넘는다. 흠칫 놀란 김 부장은 자신보다 잘난 게 없어 보이는 최부장을 다시 본다.
어떻게 200만 원이 넘는 가방이 들고 다니지?
점심시간 끝에 롯데 에비뉴엘로 향한다.
최부장과 비슷한 스타일이 있어.. 이리저리 뒤척이며 가격을 물어보니 300만 원이라고 한다.
200만 원짜리는 없냐고 물어보고 싶다. 하지만 김 부장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이걸로 할게요"
"일시불이요"
김 부장 사전에 할부란 없다. 자존심이다. 내가 이 매장을 나가는 순간까지 나는 멋있는 사람으로 보여야 한다.
김 부장은 나와 스타벅스로 간다.
김부장 사전에 백 다방이나 이디야는 없다.
커피잔을 들고 어슬렁거리며 다른 부장, 차장, 과장 자리를 슬쩍 본다.
자신보다 좋은 가방을 든 사람은 없다.
퇴근하려는데 가방이 두 개다. 둘 다 들고 가자니 폼이 안 난다.
쇼핑백에 예전 가방을 접어 넣으려는데 아무래도 퇴근길에 새로 산 가방이 긁힐 거 같다.
잠시 고민하다가 새로 산 가방을 쇼핑백에 담는다.
퇴근하는 내내 쇼핑백 안에서 번쩍거리는 가방을 보니 부자가 된 기분이다.
지하철 맞은편에 새 가방 브랜드와 같은 로고가 찍힌 핸드백을 든 아가씨가 앉아 있다.
왠지 반갑다. 김 부장은 시대에 뒤처지지 않았다고 생각에 흐뭇하다.
퇴근해서 본인의 집 시세를 확인해 본다.
호가를 보니 작년보다 무려 3억이 올랐다.
10년 전에 산 아파트 값이 2배가 되어 있다. 갑자기 가방을 살까 말까 고민한 순간들이 떠오른다.
집값이 몇억 올랐는데 이까짓 300만 원짜리 가방에 졸았던 게 우습다.
김 부장은 스스로 본인 타이틀을 더 길게 만들었다.
"부동산 투자도 잘하는 대기업 부장"이라고
판도라의 상자
...
상무님이 요번에는 최부장도 골프모임에 끼우자고 추천한다.
최부장의 집 주소를 카톡으로 보내왔다.
아파트 이름이 상당히 길다.
네이버에 검색해 보니 김 부장의 촉이 맞았다.
언론에서 자주 보이던 대단지 브랜드 아파트다. 조경과 커뮤니티가 잘 갖춰져 있고 거주민들 만족도가 높다는 이 지역의 대장주, 바로 그 아파트다.
다시 핸드폰을 잡고 본인과 같은 평수인 32평 시세를 확인한다.
김 부장 아파트보다 5억이 비싸다. 5억.... 속으로 소리 지른다.
지질한 최 부장이 나보다 5억이나 비싼 곳에 살다니 말도 안 돼. 혹시 전세 아냐?
그래, 자가가 아니라 전세일 거야. 그래야만 해.
갑자기 상무님 집은 어디인지 궁금해 다시 카톡을 확인한다.
상무님 집이 최부장과 같은 아파트다. 이게 무슨 일이지 당황스럽다.
상무님과 최부장이 같은 아파트라니
어이가 없다. 같은 아파트 사는 게 별일은 아니지만 상무의 튼튼한 라인을 잡고 있다고 생각하는 김 부장으로 서는 불안하다. 질투심과 불안감이 몰려온다.
김 부장은 여러 가지로 우울하다.
김 부장을 우울하게 만든 사람은 없지만 스스로 우울감에 빠진다.
남과 비교하면서 우월감과 동시에 기쁨을 느끼며 살았던 김 부장이 이제는 남과 비교로 우울하다. 술이 당긴다.
고등학교 친구들이랑 가볍게 한잔을 하려고 했다.
...
친구 놈들 중에 건물주가 있을 줄이야.
내가 제일 잘 나가는 줄 알았는데....
내 친구들 중에 내가 제일 잘나가는 사람이어야 하는데....
나보다 공부도 못했고, 대학도, 직장도, 사는 곳도 구린 이 놈팽이가 건물주라니...
...
최근 읽은 불편한 편의점 류의 술술 넘어가는 책이었네요.
읽는 내내 가슴이 답답해지기도 하고
누구의 이야기도 아닌 우리들의 이야기라
더더욱 반성하는 계기가 된 거 같습니다.
김 부장이 점차 고난을 겪게 되면서
어떻게 헤쳐나갈지 궁금해져서 단순에 다 읽었네요.
2편으로 이어져서, 조금은 아위웠네요.
약간은 끄는 느낌을 받았다고 할까요?
뭐 읽어봐야 하겠지요.
안 궁금했던 공황장애가
내게도 온 듯합니다.
정신과 의사 상담받던 김 부장의 트라우마가 무엇이었는지
내겐 어떤 트라우마가 남아있었던 건지
....
한 번 더 내 삶을 더 돌아보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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